5년동안 한결같이 구워왔던 빵
LA지역 지체 장애아들에게 전달
"봉사는 평생동안 조건없이 하는 것" LA지역 노틀댐 고등학교 이선영(영어명 수잔.12학년)양은 '빵 굽는 소녀'로 통한다. 선영이가 구워내는 빵은 뭔가 특별하다. 보이지 않는 내용물이 빵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따뜻한 마음'이다. 선영이는 그 사랑이 담긴 빵을 지난 5년간 한결같이 구워왔다.
선영이 표 빵은 매달 LA지역 종려선교교회의 지체 장애아들에게 전달된다. 이제는 선영이가 구워주는 빵을 기다리는 교회 내 고정 팬(?)들도 있다.
어른들도 지속적으로 하기 힘든 봉사를 선영이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7학년 때 부터 시작한 '빵 굽기'는 선영이에게는 이제는 자연스레 습관이 됐다. 그 습관은 선영이에게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다.
◆우연이 필연이된 순간
선영이가 처음 빵을 굽게 된 것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어머니 친구의 봉사활동 소식을 들으면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우연은 이제 필연이 돼버렸다.
"어느 날 우연하게 엄마한테 엄마 친구가 장애인들을 돕는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그런데 빵을 구워 갖다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그때 제가 '빵' 굽는 법을 배우고 있었거든요. 발달 장애아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빵'을 통해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빵 굽기'는 벌써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제는 매달 선영이의 빵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너무나 많다.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 때문에 매달 종려선교교회를 방문하는 일을 거를 수가 없다. 부담은 없다. 그 자체가 선영이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봉사는 '사람의 마음 여는 것'
5년 동안 매달 빵을 구우면서 어떤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었다. 선영이는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영이는 빵을 구워가기 시작한 7학년 때 부터 종려선교교회에서 계속 마주치던 '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아주머니였다.
"제가 빵을 구워가면 많은 사람이 항상 줄을 서서 빵을 기다리고 모두가 빵을 먹으면서 진짜 좋아했어요. 그런데 유독 한 아주머니만 항상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거에요. 첨에는 그분한테 내가 먼저 말을 쉽게 거는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한 2년쯤 지났을까요. 어느 날 빵을 받으면서 저를 보고 미소를 한번 지어주는거에요. 정말 너무 기뻤죠."
그날 집에 돌아간 선영이는 혼자 방에 있으면서 인생에서 '한가지 진리'를 깨닫게 됐다. 결국 꾸준하게 전달되는 관심과 사랑은 굳게 닫힌 마음을 언젠가는 열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이는 선영이에게 앞으로 삶에 대한 방향성을 갖게 하는 계기도 됐다.
선영이는 지난 5년간의 '빵 굽기'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까지 '빵'을 통해 사람을 도왔다면 이젠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서 사람의 마음을 직접 어루만지는 '심리학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정말 빵을 구워서 발달 장애인들을 돕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어요. 그래서 쉬지 않았죠. 그런데 이제 저도 대학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잖아요. 그리고 나서 지난 5년을 생각해보니까 빵을 구우며 도왔던 그 시간이 절대 우연이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전문적으로 심리를 공부해서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요."
◆조건없는 봉사가 진짜 나눔
선영이는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아직 '소녀'다. 다른 여자 아이들처럼 케이팝(K-Pop)도 즐겨 듣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서 실컷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수퍼 주니어'란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다. 여느 또래처럼 학교 성적 때문에 고민도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주변의 조언이나 도움도 받는다. 하지만 선영이에게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한가지 확실한 신념이 있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빵을 구워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를 깨닫게 했죠. 그것은 '무엇을 받으려고 도와주지 말고 그냥 사랑하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죠. 아무런 대가 없이 말이죠. 돕는데 있어 뭔가를 바란다면 '봉사'란 것이 곧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평생할 수 있어 행복한 봉사
선영이에게 봉사는 일생의 '연장선'과 같다.
언제까지 봉사를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선영이는 "평생 해야죠"라고 당당히 대답했다.
"빵굽기는 대학에 진학하면 당분간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남을 돕는 다는 것은 어떠한 형식이나 방법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잘 찾아보면 항상 주변에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내가 도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전공도 관련 분야를 선택하려는 겁니다."
자신을 위해 뭔가를 얻고 뭔가를 쌓아가는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해 공부하고 타인을 위해 얻는다. 선영이는 그래서 행복하다. 선영이에게 평범한 '빵 굽기'는 인생을 빛나게 하는 소중한 진리다.
장열 기자